공평과 공정의 차이가 뭘까? 중학교를 다니는 딸아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이 막히는 엄마의 모습이 싫지만 현실이다. 거리마다 눈에 밟히는 것이 커피 전문점인데, 공정무역 간판에 불을 켜놓은 곳도 가끔 있다. 입으로 쉽게 말하는 공정무역 커피! 막연하게 좋은 것이라는 느낌만으로 사주기에는 너무 피동적이다. 적극적인 소비의 주체가 되기 위해, 아이들 앞에서 조금 더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공정무역』을 알아보기로 했다.

  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 내에는 공정무역실천단 양성교육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공정무역실천단의 이름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여러가지 교육을 수료한 조합원이 순천YMCA아이쿱생협에도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생겼다.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공정무역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공정무역이란 한마디로 국가 간에 이뤄지는 무역에서 불공정무역행위를 규제하여 상호간에 동등한 입장에서 교역을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는 무역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될 수도 있고,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무역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 무역선진국들이 시장개방을 목적으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게 덤핑을 하지 않고 국가 생산 및 수출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등 국가 상호 간에 무역혜택이 동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저가의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값싼 제품에 의해 무역적자국 입장이 된 선진국들이 이를 규제하기 위해 내세우는 것이다.

  정당한 대가와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정무역은 국제관계에서 조직된 하나의 사회운동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윤리적 소비의 정체성과 함께 사회운동적 성격의 공정무역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함으로써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고 이를 통해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몫을 돌려주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개념의 거래방식이 공정무역이다. 생산자의 노동 가치도 보호하고, 정당하게 지불된 가격을 통해 소비자의 도덕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윤리적 소비의 행복감이 있다. 세계 기업인들에게 무시된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해 줌으로서 제3세계 국가들이나 저개발 국가들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가난은 극복된다는 가능성을 주고 있다.

달콤함으로 유혹하는 초콜릿, 마법같은 힘을 주는 커피, 모든 음식에 버무려지는 설탕, 다이어트 식품의 대명사 바나나, 세계가 열광하는 월드컵 필수품 축구공, 다양한 멋을 부리게 하는 수공예품들 등 쉽게 구입해서 먹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공정무역 제품이다.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작년의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재작년의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하지만 아직도 난 초콜릿을 먹어 본 적이 없다”

  카카오를 따는 아이들은 초콜릿을 먹을 수 없다. 카카오를 딴 아이들이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합법적 생산 유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착한 초콜릿! 착한 초콜릿은 「18세 이하의 아이들은 위험한 칼을 사용하거나 농약을 뿌릴 수 없다.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온 후에만 농장에서 일을 도울 수 있다」 한국의 아이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착한 초콜릿’ 거래량을 1%만 올려도 세계 1억 2800만 명의 가난한 아이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계공정무역상표기구(FLO)는 공정무역제품에 공정무역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공정무역인증제품을 사는 것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재배를 통해 생태환경도 보호하고 우리 인간사회도 같이 보호된다는 뜻이고, 생산자들에게 학교나 병원 등을 세워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고, 남성과 여성 어느 사람이든 그들이 일한만큼 임금이 지불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윤리적 소비의 첫걸음이 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아름다운가게가 최초로 공정무역을 시작한 이후,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이쿱생협, 아름다운 커피, 한국YMCA 등 10여개 단체가 있다. 국제공정무역기구(IFAT)가 매년 5월 둘째 주를 ‘세계공정무역의 날’로 지정하여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당당한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고, 꿈이 자라게 된다고 믿는다. 지속가능한 공정무역 통해 아이들이 살아야 할 땅이 숨 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순천YMCA아이쿱생협 차소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