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량 수입 밀에 의존해 온 국내 밀 산업은 자급률이 2%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이 1년에 쌀 72.8㎏, 밀 34㎏을 먹을 만큼 많은 밀을 소비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9만7천ha에서 밀을 재배하여 16%의 자급률을 유지하였으나 1984년 밀 수입 자유화와 수매 중단으로 1985년부터는 자급률이 0.5%로 급격히 떨어진 이후 25년째 1%를 밑돌았다. 하지만 '우리밀 살리기 운동'의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밀의 명맥이 되살아나 지난 2010년 자급률 1.7%를 달성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 '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 및 자급률 제고방안'을 발표했으며 2015년까지 밀 자급률을 1%에서 10%로 대폭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더불어 CJ제일제당과 동아원, SPC그룹 등 밀가루 생산 대기업들은 지난 2009년에 지방자치단체 및 생산자단체들과 잇따라 양해각서(MOU)를 맺고, 우리밀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등의 화려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정부의 국산밀 생산·소비촉진 확대계획에 따른 밀 재배 장려와 대기업들의 수매량 확대 약속으로 농민들이 앞다퉈 밀 파종에 나서면서 재배 면적은 2009년 5000ha에서 지난해 1만3000ha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국산밀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수요감소, 수입산과의 가격차이 등을 이유로 국산밀 수매물량(계약재배)을 감축해 자연스레 재고가 늘어나는 등 4만여톤의 밀재고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iCOOP생협이 CJ제일제당, 동아원, SPC그룹 등 대기업들이 수매를 외면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우리밀' 지키기에 본격 나섰다.

iCOOP생협은 13일부터 우리밀을 살리고 서민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우리밀로 만든 식빵류를 최소 8%에서 최대 29%까지 가격을 인하한다. 가격 인하 대상은 우유식빵, 건포도식빵 등 식빵류 11종이다.

전국 자연드림 113개 매장에서 일제히 가격을 낮춘 품목은 소비자들의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식빵류로 우유식빵은 2700원에서 22% 할인된 21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또 유기농쌀가루가 포함된 쫄깃한 식감의 백미식빵은 1100원 할인된 2900원에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버터식빵, 샌드위치식빵, 야채식빵, 통밀식빵, 잡곡식빵 등 평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들도 시중 동일사양대비 최대 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관계자는 "우리밀 소비를 통해 우리밀 자급률을 이끌어왔던 iCOOP생협에서 식빵의 가격인하를 통해 우리밀 생산자를 돕고 소비자 물가안정을 위해 기획했다."며 "이벤트성 가격인하가 아닌 우리밀 소비를 촉진해 농가 보호에 앞장설 뿐 아니라 우리밀의 품질을 믿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iCOOP생협은 우리밀 자급율이 0.3%대였던 지난 2002년부터 3%대를 목표로 약 10년간 우리밀 소비 운동에 앞장서 왔다. 전국 110여개의 자연드림 매장에서는 매장당 한 달 평균 1t의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다. 자연드림 베이커리 매장이 하나씩 늘어 갈 때마다 월 1t의 우리밀 소비가 확대된다. iCOOP생협은 09년 1784t, 10년 2052t 그리고 지난해에는 3020t의 우리밀을 수매하였으며, 올해는 3830t 수매를 예상하는 등 해마다 우리밀 수급량의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글_이진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