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순천YMCA아이쿱생협이 조합원과 함께하는 사업으로 텃밭 분양을 했다. 신대지구 평화마을에 있는 평화텃밭을 분양받는 조합원 13가족은 농부 같은 마음으로 밭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텃밭은 올해 초에 조합원들에게 분양했다.

2014년 10월 25일 3시 평화텃밭에서 고구마 수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과 함께 동행했다. 농로를 따라 걷는 좁은 길에 퍼져있는 흙냄새가 머리를 상쾌하게 해 주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고구마 순이 파릇파릇 새싹같이 뽐내기를 하고 있다. 질척거리는 땅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붉은 고구마들이 토실토실 제대로 살이 올랐다. 입에 군침이 돈다. 참 맛있겠다.

옆집 텃밭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땅콩들이 고개를 숙인다. 가을의 풍성함이 온 들녘에 넘쳐난다. 누렇게 익어가고 있는 논들 사이에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콩을 까며 놀고 있는 아이들 사이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지렁이 걸음걸이가 한가롭다. 

힘든 노동이 끝나갈 즈음 노을도 반갑게 인사하는 시간 칼을 준비하지 못한 조합원들은 낫을 들고 고구마를 깎아 먹었다. 농부흉내를 제대로 내보려고 했는데 어설펐는지 사람들이 웃는다. 참 정겹다. 찜통에서 후끈 달아오른 고구마를 꺼내 나누어 먹으며 곁들이는 막걸리 맛은 걸쭉한 삶의 고달픔을 웃음으로 넘어가게 한다.

함께 일하고, 수확하고, 먹고 아이들에게 공동으로 일하는 재미를 선물한 잊지 못할 시간이다. 아이들의 흙 묻은 손이 가슴 뿌듯하게 다가온다.

빈손으로 갔으나 돌아오는 길은 두 손 가득 고구마를 들었다.
이 고구마를 며칠 햇볕에 말려 당도를 올리고,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 것이다. 요즘 넘쳐나는 먹거리 속에 다시 추억의 간식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포근한 가을볕에 꾸덕꾸덕 말린 고구마를 입에 넣고 녹일 때마다 오래도록 올 가을 고구마 수확을 이야기하고, 웃고 할 것이다. <순천YMCA아이쿱생협 이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