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5일 10시 자연드림 카페가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순천YMCA아이쿱생협 소속 동아리 ‘시나브로’회원들이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이 태어난 선암사로 가을맞이 여행을 간다. 시나브로 회원들과 함께 살짝 동행하기로 했다.
  어제 비가 내린 선암사의 가을 하늘은 높고 맑고 밝고 예뻤다. 숲길 따라 울려 퍼지는 청아한 계곡의 물소리는 일상에서 힘들고 지쳐있던 우리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시나브로 회원으로 새로 오신 김경혜님과 함께여서 더 의미 있는 선암사 여행길이 되었다.
 선암사! 우리와 너무 가까이 있는 곳이어서 오히려 잊고 있던 곳이 아닐까? 몇 년 만에 찾아오는 길이라 어색하고 낯설고 새로웠다. 새로움이란 설레임으로 이어지는 즐거움이다.

  선암사에 3가지 명물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선암사 선암매다. 선암매는 백매화, 홍매화, 청매화라고 한다. 이 중 백매화와 홍매화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다. 가을에는  볼 수 없지만 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만발할 매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두 번째는 약 650년 된 와송이다. 와송은 소나무가 누워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한 밑둥에서 두 가지 중 한 가지가 땅으로 기울어져 자라고 있었다. 자라온 세월만큼이나 풍치를 뽐내는 듯하다.

 세 번째는 녹차라고 한다. 보성만큼 큰 녹차밭은 아니었지만 소박하게 잘 가꾸어진 차밭이었다. 요맘때나 볼 수 있는 녹차 꽃도 눈요기를 더해 주었다.
편백나무 숲 속을 따라 전통야생차체험관으로 오는 길은 크고 탐스러운 도토리들 세상이었다. 도토리가 늘려 있는 숲 속 사이 다람쥐는 사람들 얘기 소리에 놀란 듯 도망가기 바쁘다.
 야생차체험관 돌담을 따라 피어있는 구절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여행 책자에 나와 있는 사진처럼 곱다.
마당에서 아주 작은 개구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지안이(시나브로 회원 이은정씨의 아들로 이제 갓 돌 지난 천사이다. 시나브로 마스코트로 맹활약 중이다)의 천진난만함이 한없이 부러웠다. 떨어진 갈색 낙엽사이에서 장지뱀도 보았다. 주변 색과 너무 비슷해서 찾기가 힘들어 ‘장지뱀을 찾아라!’를 하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보기도 했다.
 출발할 때, 걷기를 싫어하는 나의 발걸음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듯했으나 막상 오르면서 한결 가벼워졌고 내려와서는 뿌듯함을 안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보다!

 -순천YMCA아이쿱생협 차소영기자